• 정의당의 부활을 바라며
  정의당 몰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비례대표들을 잘못 뽑은 탓일 것이다. 여성을 위하는 정치, 청년을 위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청년이라는 이유로 뽑는 건 잘못이다. 여성 또는 청년에 국한하지 않고 남성 또는 중장년이라도 여성을 위하는 정치, 청년을 위하는 정치를 할 사람을 뽑는 게 진짜 여성을 위하는 정당, 청년을 위하는 정당이 되는 길이다.

그러나 정의당의 몰락 이유를 단지 비례대표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하고 정의당이 진보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어 지지기반이 너무 좁은 탓이 있다. 정의당은 진보라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매몰되어 경실련, 참여연대 등 진보시민단체들의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예를 들어 최근 국민연금 개혁 논의만 보더라도 정의당이 내놓은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미래세대의 보험료율 급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과연 청년을 위하는 정책인지 의문이다. 또한 부동산정책이 그러하다. 경실련이나 참여연대가 주장한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으로 인해 임대료가 급등하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집값이 상승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최근 의대증원 논란과 관련해서 정의당은 의대증원만으로는 필수과 의사부족을 해결하지 못하고 공공의대, 지역의사제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으나, 이는 공공의료와 지방에서 의사부족의 원인이 전체 의사의 부족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의사들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비급여진료로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비필수과를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전반적인 의사 공급 확대 없이는 아무리 공공의료와 필수의료, 지역의료를 강화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의대증원해봤자 수도권, 비필수과 의사만 늘어난다면 그건 의사공급 확대만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사공급 확대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심각한 상황하에서 정부의 의대증원 노력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고 다른 소리를 내는 것은 의대증원에 찬성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쳐질 뿐이다. 만약 정의당이 과감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증원정책에 대해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의대증원을 찬성하는 국민들이 정의당을 보는 시각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정의당은 선명한 진보정당을 추구해왔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민주당이라는 거대정당이 중도를 표방한 때는 나름대로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으나 민주당이 진보색채를 강화할 때 그보다 더 진보로 이동해야 하면 스스로 지지기반을 좁게 하는 한계를 노출해왔다. 정의당이 지지기반을 넓히고 미래 수권정당이 되려면 좌우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단순히 진보로 알려진 시민단체의 주장을 비판없이 맹목적으로 따르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정책효과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키워야 한다. 진짜 진보정당이 되려면 정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규정하는 이래야 진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짜 진보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진짜 진보정책은 단기적으로 특정계층만을 위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 전반을 발전시키는 정책이다. 설령 그런 진짜 진보정책들에 대해 사람들이 그건 진보가 아니라 보수정책이라는 잘못된 틀을 씌우더라도 말이다. 정의당의 부활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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